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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77

칠보산(七寶山)에 올라 칠보산(七寶山)에 올라 글/ 恒來 밤사이 안개가 내려와칠보산(七寶山)을 감추었길 래이른 아침산에 올라 칠보(七寶)를 찾아 본다 안개를 딛고 선 정상에서산 아래를 보니어느 새 안개는집을 감추고 황금 수탉만 울고 있다. 나는 이제팔보(八寶)를 찾으러칠보산을 내려가집으로 향한다. 후기>> 아침에 일어 나 칠보산을 바라 보니 안개가 내려와 보물을 숨긴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와 채비를 갖추고 산으로 향했다.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 가벼운 설렘으로 안개를 걷어내며 올랐습니다. 시안(詩眼)을 잡아낼 결정적 한 줄을 찾기 위해, 내면 깊은 곳부터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옅은 희망과 애틋함이 꿈틀거렸습니다.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며 ‘칠보(七寶)’라는 단어가 가진 고귀함을 음미했을 때, 머릿속에는 보석 같은 언어 조각들이 반.. 2025. 7. 29.
시간의 방랑자 시간의 방랑자 글/ 恒來 저 멀리 논둑길을바람에 구름 가듯가는게 누구인가?세월인가?나그네인가?내 마음인가? 후기>> 시를 쓰며 머릿속엔 언제나 ‘시간’과 ‘나’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가 떠올랐습니다. 논둑길을 배경으로 삼은 건, 삶의 여정이 늘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길 위에서 펼쳐진다는 생각 때문이죠. 바람에 실려오는 구름처럼, 우리는 때로 흐름에 몸을 맡기며 정체성을 묻습니다. 이 순간이 곧 나인가, 지나간 세월이 나인가, 길 위의 방랑자 내가 나인가 하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시를 시작할 때는 ‘시간여행’ 키워드를 마음에 품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합된 몽환적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이어 ‘정체성탐구’라는 키워드와 마주하며, 질문 형식의 구성을 택했습니다. 누군가는 세월이고,.. 2025. 7. 28.
슬픈 가을 슬픈 가을 글/ 恒來 뜰 앞푸르기만 하던키 큰 은행나무마당 가득노랑색으로 채웠길레다가가 한잎 주워 들어보니나뭇잎 하는 말'재가 되고 싶어요' 가을은 보내야 할게 많아서슬프다. 후기>> 이 시를 쓸 때, 마당 앞에 선 은행나무가 유난히 키가 크고 당당해 보였다. 여름엔 눈이 시리게 푸르기만 했던 그 나무가 어느 날 노란 물결로 변해 있었다. 나뭇잎 하나를 주워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그 잎이 나에게 말을 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가 되고 싶어요’라는 한마디는 그냥 떠오른 문장이었지만, 가을이라는 계절이 가진 본질, 즉 소멸을 향해 가는 아름다움을 응축하고 있는 것 같았다.가을은 정말 많은 것들을 보내야 하는 계절이다. 계절뿐 아니라 마음속에도 한 해 동안 쌓인 감정과 기억들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 2025. 7. 24.
위태로운 세상 위태로운 세상 글/ 恒來 달 빛 가득한 창등불 삼아장자를 읽노라니빈 뜰 가득눈 쌓인 줄 몰랐다.세상 하얗게 텅 비어고요 하기만 한 데세상 끝에 메달려 우는 고드름 만 위태롭다. 후기>> 이 시는 조용한 겨울밤, 문득 장자를 읽으며 사색에 잠긴 한 순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달빛이 가득한 창가에 앉아 불을 켜는 대신 자연의 빛을 의지하여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뜰에 눈이 소복이 쌓인 줄도 몰랐습니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그리고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 속에서, 오직 고드름만이 세상 끝에 매달려 울고 있는 듯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마치 세상의 고요함 속에 숨겨진 불안, 무심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덧없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장자를 읽는다는 것은 현실을 떠나 도(道)의 경지로 들어가는 여정이.. 2025. 7. 23.
가 을 가 을 글/ 恒來 파아란 들판은밀물처럼 산을 기어오르더니울긋불긋 단풍되어썰물처럼 산을 내려오네! 익은 들판물결친다.뱃사공 허수아비작대기 들고얼~~~쑤 이 시는 가을이 한 편의 파도처럼 다가왔다가 스르르 물러가는 모습을 형상화하며 출발했습니다. ‘파아란 들판’이 ‘밀물처럼’ 산을 기어오른다는 표현은 가을의 시작을, 그리고 단풍이 되어 ‘썰물처럼’ 내려온다는 구절은 그 절정을 지나 사라지는 순간까지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정적인 배경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느꼈습니다.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들판은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산을 타고 오르고, 어느새 울긋불긋 물들어 내려오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자연의 호흡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 들판 위.. 2025. 7. 19.
조춘(早春) 조춘(早春) 글/ 恒來 만산설화(滿山雪花)눈부신데,발 밑 새싹은왜 우는가? 이 시는 봄의 전초,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른 봄(早春)의 풍경 속에 담긴 정서적 긴장과 생명의 역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설화(雪花), 그 장엄한 자연의 모습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합니다. 하지만 그 아래, 발밑의 새싹은 울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찬란하고 아름답지만, 그 아래 숨은 고통과 인내, 기다림이 있다는 사실을 시로써 드러내고 싶었습니다.새싹은 봄의 상징이자 생명의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이른 봄에 피어오르려는 생명은 아직 찬 눈과 추위, 혹독한 현실 앞에서 떨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겨울은 여전히 지배적인데, 생명은 그것을 뚫고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 2025. 7. 18.
어머니(엄마) 어머니(엄마) 글/ 恒來 아침 엔 영롱한 이슬을 마시고낮 엔 바람, 비, 눈, 햇빛을 마시고정성들여 기다린 시간이 가을,대지(大地)가 씨앗을 낳았다. 후기>> 이 시를 쓸 때, 저는 자연과 어머니를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봤습니다. 어머니는 그 자체로 대지이며, 모든 생명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시작된 시였습니다. 아침에 이슬을 머금고, 낮에는 바람과 햇빛, 때로는 비와 눈까지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 이 모습은 바로 삶의 모든 시간을 감내하는 어머니의 형상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시의 초반부는 마치 자연의 하루를 담은 듯 보이지만, 그것은 곧 어머니의 하루로 치환됩니다. 그 시간 속에서 어머니는 단순히 견디는 존재가 아닌, '정성들여 기다리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 기다림은 곧 생명을 위.. 2025. 7. 17.
가족의 시작 가족의 시작 글/ 항래(恒來) 여자가 강보에 싼 아가를 안고산후조리원을 나온다.그옆을 따르는 사내가검지로 아가의 손을 조심스럽게 건드린다.아가의 잠든 손사내의 굵은 손가락을가만히 움켜쥔다. >> 시를 쓰는 순간, 저는 병원 출입문 앞의 그 조용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아직 세상의 공기를 오래 들이켜보지 못한 아기, 낯선 곳에서 첫 울음을 토해낸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고 나오는 엄마의 걸음걸이엔 삶을 향한 두려움과 책임감이 함께 묻어납니다. 그 옆의 아버지는 무슨 말을 건네기도 조심스러워 아기의 손끝에 손가락 하나만 내밀 뿐인데, 그 작은 손이 아버지의 굵은 손가락을 꼭 움켜쥡니다. 아무 말도 없지만, 이 장면이야말로 가족이 시작되는 진짜 순간이라 생각했습니다.이 짧은 시는 삶의 시작이란 거창한 선.. 2025. 6. 27.
별무덤 별무덤글/ 항래(恒來) 함박눈 쏟아지는 고즈넉한 역 어머니는 말없이 은하철도에 오르고 기차는 눈을 타고 하늘을 오른다. 온 종일 올라 은하수에 다다르면 마른 육신 별들이 거두고 뿌려놓은 그곳이 별무덤이라네 저녁무렵 은하철도 역으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살아 온 듯 뜨거운 눈물 펑펑 쏟으며 함박눈 내리는 저멀리 은하수 바라본다. >이 시를 쓸 때, ‘별무덤’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차가운 밤하늘과 수많은 별들 사이에 고이 잠든 존재들—그중에서도 어머니라는 존재를 떠올렸습니다. 삶과 죽음이 단절이 아니라 하나의 여정처럼 느껴졌고, 그 여정을 표현하기 위해 '은하철도'라는 상징을 택했습니다. 눈이 쏟아지는 역은 현실과 저편 세계의 경계처럼, 고요하고 낯설지만 따뜻한 감정을 안고 있습니다.기차가 눈을.. 2025.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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